본문 바로가기

이런 조카의 크레파스 18가지 색깔

슴이골 발행일 : 2023-05-02

아까 조카랑 학원 갔다 오다가 생떼 부리고 징징거려서 딥빡 했었어요.

쪼그마한 게 벌써부터 고집만 오라지게 세서 말을 어찌나 안 듣는지... 돌아버릴 뻔했어요.

뭐 다른 이유가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애가 싫어서 나중에 결혼해서도 아이를 안 갖고 싶거든요.

그나마 조카니까 이뻐하는 거지, 그것도 어디까지나 조카라는 버프가 있어서 그런 거지 디버프 걸리면 저는 아마 쳐다도 안 볼 거예요.

(싫어한다는 거지 패거나 학대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해하시면 큰일 납니다)


만만한 게 삼촌이지

 

이놈이 참 약삭빠르다고 느껴지는 게 자기 엄마한테는 안 그런다는 거예요.

저의 아버지의 따님이자 자기의 엄마에게는 까불다가 사자후 맞을 것을 너무 잘 아는 녀석인지라 저한테만 생떼를 부린단 말이죠.

잠깐 자리만 비우면 제 분신이자 영혼인 아이폰 14 프로 맥스를 무려 던지면서 노시고(바닥에 알집매트 깔아서 다행이죠), 또 다른 파트너인 갤럭시북 프로 360에는 터치되는 게 신기한지 에스펜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그림 그리고 있죠.

그래서 몇 번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일렀는데 그게 서운했던 건지 그 뒤로 자기 물건을 쳐다만 봐도 악을 쓰네요.

아까도 차에서 자기가 책을 보라고 줘놓고 보기만 했는데 왜 쳐다보냐고 악을 쓰길래

저도 순간 화나서 삼촌 차에서 내리라고 했어요 담부터 너 삼촌 차 안태워줄 거라고

제가 제대로 꼬락서니 부리면 이 집 폭파될게 분명한데 쟤는 그걸 보고 싶어서 나를 자극하는 것인지..

아직까지는 저희 아버지의 따님이 잘 디펜스 해줘서 참고 있는데 조만간 준비동작 없이 초사이어인 3으로 변신할 수도 있어요.

 

역시 나는 애랑 안 맞아

 

아마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애랑은 안 맞았을 거예요.

아기가 이쁘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놀아줘야 될지도 모르겠고, 뭔가 놀아주려고 하면 오글거려서 못하겠어요.

솔직히 저희 아버지의 딸의 자식이니까(우리는 그것을 조카라고 하죠) 그나마 이뻐하고 데리고 다니고 놀아주는 거지, 지인이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의 아이였다면 쳐다도 안 볼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 애를 못 보고 그러다 보니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내 배우자는 무조건 애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야겠다.

근데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그냥 안 낳으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복합적인 이유가 더 크지만, 이러나저러나 내가 애를 안 낳으면 애를 볼 일은 없는 게 아닐까 한 거죠.

물론, 이 사실을 저희 부모님이 아신다면 저는 호적에서 파이거나 뚝배기가 깨지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래도 나름 제가 장손이거든요)


이 집에 들어오면서 걱정했던 것은 누나랑 샤우팅 랩배틀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어요.

어릴 때 눈만 마주쳐도 엑소처럼 으르렁대느라 엄빠의 회초리와 종아리가 자주 미팅했거든요.

근데 막상 나이 들고 다시 같이 살다 보니 오히려 저랑 호흡이 겁나 잘 맞아요.

아직까지 서로 트러블이 없네요.

근데 말도 안 되게 조카가 발목 잡을 거라고는 진짜 생각도 못했어요.

매형이랑도 저는 죽이 잘 맞아서 재밌는데 하... 진짜 조카 크레파스 18 색깔이네요.

암튼 앞으로 조카랑 지낼게 걱정이네요.

이 나이 먹고 4살짜리랑 기싸움이나 하고 내 신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