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 우리는 모두 아직 미생입니다.
버텨라 그것이 이기는 것이야. 우리는 아직 다 미생이다.
오직 프로 기사 하나만을 위해 달려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게 된 장그래.
바둑 하나만 보고 바둑을 위해 학창 시절을 모두 버렸으니, 그가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원자가 경영했던 회사에 취직했지만, 바둑을 했던 과거가 알려지며 적응에 실패하고 입대를 하게 된다. 전역 후 취직시켜 줬었던 후원자의 지원으로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하게 됐지만,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동기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고 그가 배정된 영업 3팀 오상식 과장에게 마저 외면당하게 된다.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성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대부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생은 이끼, 내부자들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윤태호 작가의 작품입니다. 바둑을 뼈대로 삼아 스토리를 써내려 갔기에 작품 중간중간 바둑용어들이 나오고 미생도 바둑용어의 하나이긴 하지만, 바둑을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이건 직장인들의 애환, 정확히는 장그래의 사회 적응기를 담은 만화이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연재했을 당시에 직장인들의 호응이 폭발적이었고, 우스갯소리겠지만 화요일, 금요일 아침만 되면 마우스 휠 돌리는 소리만 들린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죠.
그런 작품이다 보니 드라마화 한다는 소식에 가장 큰 우려를 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오성식이라는 캐릭터를 누구한테 맡길 것이냐였는데, 얼마 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회장님 역을 맡으면서 엄청난 연기를 퍼부었던 이성민이 맡으면서 원작 캐릭터와 외모적으로는 완벽한 싱크로율이 보여줬다 할 수는 없지만, 웹툰에서의 오성식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큰 힘을 보탰습니다.
원작의 큰 틀을 그대로 가져오되,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드라마 본연의 스토리를 불어넣으면서 원작팬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드라마로 미생을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직장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안방에 선사함으로 작품성과 흥행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드라마로 탄생하게 된 것이죠.
어차피 장그래는 임시완
모르시는 분들이 아마 많을것으로 생각되는데, tvN에서 미생이 드라마로 방영되기 전에 미생 프리퀄로 모바일 무비 형식으로 다음에서 연재되었습니다.
그때 장그래역에 임시완이 낙점된 기사를 보고 많은 원작팬들의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연기 경력이라곤 그때 당시 해품달이 전부인 배우도 아닌 가수에게 장그래를 맡긴다는 소식에 반발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미생 프리퀄 페이지가 오픈 됐을 때 많은 비난의 댓글이 폭주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작품이 공개되자 생각보다 준수했던 연기력에 비난 여론은 눈 녹듯 사라졌고, 드라마에까지 장그래로 캐스팅되자 오히려 잠잠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아마도 프리퀄에서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그 해 연말에 개봉한 변호인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던 게 원작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의 장그래도 훌륭하게 소화해 내면서 앞으로의 미생시리즈가 새로 나온다면 장그래는 무조건 임시완이다 할 정도로 인정을 받게 된 거죠.
좋은 배우들을 알게 해 준 드라마 미생
미생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배우들이 조연과 카메오를 넘나들면서 출연했던 드라마예요.
그중에는 이미 스타였던 강소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끔씩 드라마나 영화에서 언뜻 봤던 조연들이라 이름조차 모르던 배우들이 많았어요. 탑스타라고 불릴만한 배우가 나오지 않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게 되고 그 중심에 있었던 영업 3팀 김대명(김동식), 박해준(천관웅), 자원 2팀 전석호(하성준), 철강 1팀 오민석(강해준), 섬유 2팀 변요한(한석률), 태인호(성준식) 등 그간 많은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이름을 알리지 못한 배우들이 미생을 기점으로 좋은 작품들에서 비중 있는 배역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팩션이지만 판타지가 아닌 드라마
사실 처음부터 고졸인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낙하산으로 취업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날고 기는 스펙을 가진 경쟁자들을 제치고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다는 것도 말 그대로 판타지 같은 이야기인 셈이죠.
하지만, 늘 그렇듯 말이 되는 이야기만 담는다면 드라마를 만들 이유가 없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볼 이유도 없겠죠. 어차피 다 알고 있는 세상살이니까요.
미생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서 말이 안 되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드라마가 아니라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줬지만, 어차피 그 이상은 이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줌으로 시작은 비현실적이지만, 끝은 지극히 현실적인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줬기에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면서 공감하면서 봤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약이 없는 시즌 2
드라마가 끝나고 1년 뒤에(2015년) 윤태호 작가는 미생 파트 2의 집필을 카카오페이지에서 시작했습니다.
벌써 8년이 넘게 연재되고 있지만, 완결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미생 파트 2는 크게 3부작으로 나눠있는데, 1부 안착, 2부 출장, 3부 결혼이고 윤태호 작가는 최종화가 나오면 드라마화하겠다고 밝혔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재도중 윤태호 작가의 건강상의 문제로 2018년 1부가 마무리되면서 휴재가 들었갔고 2021년 재연재를 시작해서 아직 2부도 완결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화되기에는 아직 완결까지는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보니 언제 제작이 들어갈 수 있겠다고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마무리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적에는 솔직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그도 그럴게 제가 했던 회사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환경이었거든요.
근데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게 처음 건설 회사에 얼떨결에 입사해서 다녔을 적 1년 동안의 모습을 장그래에게서 볼 수 있었거든요. 물론, 장그래처럼 순발력 있고 번뜩였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어리바리하고 다른 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모습등이 저와 비슷했다는 거죠.
그런 모습들을 장그래에게서 보니까 마냥 안쓰럽고 불쌍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때의 나를 봤을 때도 저런 눈빛이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시청했어요.
그래서 저는 미생을 최근 몇 년 동안은 보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너무 재밌어서 몇 번이나 다시 보곤 했는데 왠지 보면 볼수록 사회초년생 어리바리할 때의 내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는 거 같아서 부끄럽거든요. 그래서 저도 다른 이유로 꺼려하는 드라만데 이걸 추천하는 게 맞는 걸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직장인의 바이블이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작품인데 과연 안 본 사람이 있을까? 싶었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퇴사 전에 입사했던 막내직원이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요즘 보고 있다고 했었던 게 기억이 나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초년생들은 미생이란 드라마를 모르고 못 봤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직장인들이 시청하시길 바라면서 이렇게 추천해 드립니다.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어요. 직장인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시청하셨던 분들도 오랜만에 다시 시청해 보면 보지 못했던 장면들도 보이면서 아마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여기까지고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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